서른일곱살. 함께 운동을 시작한 친구들이 하나둘 은퇴를 하는 나이가 됐다. 하지만 그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 가장 높은 벽을 두드렸다.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그는 묵직한 자신의 공처럼 흔들림없이 전진했다. 그리고 어린시절부터 꿈꿔왔던 그 이름을 얻었다.
‘풍운아’ 임창용(37)이 마침내 빅리그에 입성하며 14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됐다. 임창용은 5일(한국시간)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구단이 발표한 40인 로스터에 포함됐다. 당초 임창용은 9월 확대 엔트리가 시작된 뒤에도 1군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올해 입성이 무산되는 듯 했지만, 컵스가 이날 투수 마이클 보우든을 지명할당 조치하고 임창용을 40인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임창용은 콜업 후 곧바로 유니폼을 입고 마이애미와 홈경기에 대기했지만 데뷔전은 다음으로 미뤘다. 컵스는 오는 10일부터 신시내티와 3연전이 예정돼 있어, 임창용-추신수의 맞대결이 성사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창용불패’ ‘애니콜’ ‘미스터 제로’. 수많은 별명을 갖고 있는 임창용은 그 자체로 도전의 역사다. 1995년 프로야구 해태(현 KIA)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07년(삼성)까지 13시즌동안 최고 마무리투수로 활약하며 534경기 104승168세이브(66패)의 출중한 성적을 남겼다. 2008년엔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에 전격 입단해 또 한 번 화려하게 비상했다. 5시즌 동안 238경기에 등판해 11승128세이브(13패)를 기록하며 센트럴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임창용은 2005년과 지난해, 두 차례 팔꿈치 수술을 하며 위기를 맞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그때마다 편안한 길 대신 더 큰 도전을 택했다. 2005년 첫 수술로 2년 간 부진을 겪으며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후 돌연 일본으로 건너가 성공적으로 부활했고, 지난해 수술 후엔 미국 무대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지난해 말 컵스와 계약을 하고 루키리그, 싱글A, 더블A, 트리플A 리그를 차례로 거쳐 합격점을 받은 뒤 당당히 빅리그에 입성했다.
임창용은 평균 150km대 중반의 빠른 구속을 자랑하는 파워피처다. 스리쿼터와 사이드암을 오가는 데다 ‘뱀직구’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공의 무브먼트가 화려해 마이너리그에서 상대 타자들을 쩔쩔 매게 했다. 아이오와 컵스(트리플A)서 11경기에 등판해 11.1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0.79를 기록했다. 컵스의 데일 스웨임 스웨임 감독은 “임창용의 별명이 ‘제로(zero)’라는 것과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공을 던졌다는 걸 안다. 빅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고 했다. 임창용은 야쿠르트 시절 0점대 평균자책점 행진을 펼친다고 해서 ‘미스터 제로'라는 별명을 얻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30대 후반 임창용의 도전과 성공은,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은 많은 이들을 다시 한번 일으켜 세우고 있다. (조범기 기자)
<관련 영문 기사>
At age 37, ‘Zero’ Lim finally called up to MLB
South Korean relief pitcher Lim Chang-yong was called up from the Triple-A league by the Chicago Cubs on Wednesday, becoming the oldest South Korean rookie ever in U.S. Major League Baseball at the age of 37.
Lim, who started his career in South Korea in 1995 and has also played in the Japanese and U.S. minor leagues, said he was “nervous and excited” about pitching in the majors. “I want to see what it feels like,” said Lim, also known as “Mr. Zero” for his prowess for closing out games.
The Cubs picked up the side-arm pitcher from their Triple-A affiliate Iowa Cubs and made him eligible for their Wednesday home game against the Miami Marlins. Lim did not play, as the Cubs beat the Marlins 9-7.
Lim became the 14th South Korean ever to join an MLB team. There are only two other active Koreans in the league: Ryu Hyun-jin of the Los Angeles Dodgers and outfielder Choo Shin-soo of the Cincinnati Reds.
Lim’s long-overdue signing with an MLB club caps off a years-long dream that actually began in 2002 when he was with the Samsung Lions of South Korea’s professional league. The closer had a chance to make the jump, but decided to forgo the chance due to the lower-than-expected bidding price of $650,000.
In the following season, he signed with Yakult Swallows in the Central League of Japan’s Nippon Professional Baseball, where he played for five seasons. There, he earned the nicknamed “Mr. Zero” after not allowing a single run for 33 straight games.
Unable to give up his dreams of playing in the majors, Lim signed a two-year deal with the Cubs in December.
He had to spend the first half of the 2013 season recovering from the Tommy John elbow reconstructive surgery he had last summer. Upon his return in June, he started from scratch in the rookie league. From then on, he clawed his way up to Triple-A by the end of July.
While considered a quality pitcher in Asian leagues, he is still a non-entity in the U.S. The Cubs’ head coach Dale Sveum admitted that he did not know much about the newest Cub other than his nickname.
The little-known right-hander is entrusted with a task of helping about a team who is second to last in the MLB National League at dismal 59-80. Fans in South Korea expressed hopes that Lim would help the Cubs break the so-called “Curse of the Billy Goat” of 1945, which supposedly jinxed the team from winning their first World Series championship since 1908.
“I heard about it,” Lim said of the infamous curse. “Hopefully, maybe they can make a change.”
By Yoon Min-sik
(minsiky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