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Herald

소아쌤

北, 적이라기엔 가까운, 친구라기엔 너무 먼

By 윤민식

Published : May 7, 2013 -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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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간첩을 주제로 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6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만화가 허훈의 인기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북한의 엘리트 비밀요원들이 작전을 위해 대한민국에 잠입한 이후 한 달동네에서 동네주민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은밀하게 위대하게)


지난달 30일 열린 영화의 쇼케이스 겸 제작보고회에서 북한 측 첩보원 역할을 맡은 박기웅은 “북한 출신 캐릭터가 남한 달동네에 동화되는 모습을 통해 인간적인 감동을 받길 바란다”고 팬들에게 당부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그려진 북한 간첩들의 인간적인 모습은 과거에 그저 적으로만 묘사되었던 북한인들의 모습과는 크게 차이가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사회 내에 만연한 반공(反共)분위기로 인해 북한사람들을 “사람냄새 나는” 식으로 그린 대중매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정권은 반(反) 공산주의를 철저하게 강조했고 “주적”으로 설정된 북한사람들에 대한 동정적인 시각을 내비치는 영화는 거의 없었다.

북한에 대한 적대감은 당시 제작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영화 “똘이장군”에서 엿볼 수 있는데, 이 영화에서 북한군은 늑대, 북한의 최고책임자는 돼지로 묘사된다. “똘이장군”은 북한인들을 인간이 아닌 것으로 묘사함으로 인해 어린이들의 반공 의식을 고취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 받는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 대한민국과 북한 사이의 교류가 조금씩 물꼬를 틀면서였다.

1998년 집권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시행한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인 “햇볕정책”은 그 효과에 있어 평가가 갈리지만, 이로 인해 북한에 대한 대한민국 사람들에 대한 시선을 좀 더 부드럽게 하는데 성공했다. 군사정권 시절, 짐승이나 뿔 달린 괴물처럼 묘사되었던 시절을 지나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북한사람들을 마냥 적대시하기보다는 분단현실이 낳은 비극의 희생자로서 이들의 인간성을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이러한 점이 잘 드러난 영화 중 하나는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인데 이 영화에서는 서로 무기를 겨누고 있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의 남북한 병사들이 이념의 갈등과 적국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극복하고 서로간의 우정을 쌓는다. 영화에서 남한 측 이수혁 병장은 북측 오경필 중사에게 “형”이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나타내고, 남북한의 네 병사들은 적대국이란 입장을 넘어서 형제처럼 지낸다.

(공동경비구역 JSA) (공동경비구역 JSA)


그러나 남북 경계선을 넘어선 이들의 우정은 태생적으로 한계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이수혁이 장난스럽게 오경필에게 귀순을 제의할 때 드러난다. 이수혁이 가져다 준 초코파이를 맛있게 먹던 오경필은 그가 “형, 남쪽으로 가자.”고 한 순간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초코파이를 뱉는다.

이렇듯 우정과 갈등이 뒤섞인 모습은 2011년 개봉한 “고지전”에서도 볼 수 있는데, 남북한의 병사들은 전략적 요지인 고지를 번갈아가며 점령하는 과정에서 비밀창고를 통해 서로 가진 물자를 나누고 편지를 주고받고, 유행가도 가르쳐주는 등 어느 정도 교감을 나눈다. 그러나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를 죽고 죽이는 살육전으로 내몰리게 된다.

(고지전) (고지전)

이러한 장면은 북한에 대한 대한민국의 복잡한 입장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같은 역사와 문화, 언어를 공유하는 한 민족이지만 서로 적대시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판타지의 영역인 영화에서조차 남북한의 평화로운 공생은 여러 한계에 부딪히며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영화 속 상황들은 북한을 적이라고 단정짓고 멀리하기도, 그렇다고 친구처럼 대하기도 힘든 국민들의 복잡한 심경을 넌지시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코리아헤럴드)

 

<관련 영문 기사>

Not friends, but not quite foes either

Movies show mixed feelings toward North Koreans

A movie about three North Korean spies dispatched to South Korea on a covert mission is slated for opening in June.

Titled “Eunmilhagae, Widaehagae (Discreetly, Greatly),” it is a story about elite agents from the hermit kingdom and people of the South coming to understand one another.

“I hope viewers will be moved by the human side of the movie, like how three North Koreans connect with South Koreans,” said Park Ki-woong, who played one of the North Korean spies in the movie.

The North Korean spies are depicted in a way that might come off unusual in other countries. It is often depicted as the home of faceless foes in American films, such as “Red Dawn (2012)” and “G.I. Joe: Retaliation (2013).”

The portrayal of Pyongyang’s secret agents in “Eunmilhagae, Widaehagae” epitomizes the mixed feelings many South Koreans have against their neighbors in the North -- a mixture of an enemy and a long-lost sibling.

The relationship between South and North Korea is unlike other antagonists in that they view each other as a part of the same nation that have shared history and culture for more than 1,000 years. Due to the deep-rooted sense of connection and historical backgrounds, both Koreas focus on re-unification. Seoul even runs a government branch dedicated for that purpose, the Ministry of Unification.

Citizens also share the need to unite the two Koreas. In a recent poll by Gallup Korea, 74 percent of South Koreans support unification.

Since the 1950-1953 Korean War, however, such sentiment had been clouded by open hostility between the countries, driven by bitter mutual feelings left by the war. Up until the 1980s, most South Koreans felt hatred and fear toward the reclusive communist regime. Seoul, recovering from the ashes of the Korean War, embraced strong anti-communist policies, with the human side of North Koreans largely ignored in public.

Animated movie series “Ttol-I Janggun (General Ttol-I)” was a prime example of de-humanizing North Koreans among Korean cinemagoers. In the popular series, General Ttol-I fights North Korean soldiers depicted as wolves.

A turnaround came in the late 1990s when the frozen inter-Korean relations slowly began to thaw. The late President Kim Dae-jung, who took office in 1998, pushed for what he called the “Sunshine Policy” of engagement with North Korea. Kim sought to end the era of confrontation between the two countries.

The Sunshine Policy, which sparked mixed reactions in the South, helped change the way people of the South viewed North Koreans.

Also accelerating the change in perspective was the blockbuster hit movie “Swiri.” Released in 1998, the movie depicted the romance between a South Korean secret agent and a North Korean spy, highlighting the human side of North Koreans for the first time.

In the 2000 film “Joint Security Area (JSA),” soldiers standing watch at the heavily fortified DMZ overcome the hostility of the two countries to become friends.

Such friendship was taken to another level in the 2010 picture “Euihyeongjae (Blood-brothers)” where former spies of the South and the North, who have been tagging each other, become comrades and share brotherly love.

In “Frontline (2011),” South and North Korean soldiers share food and drinks via a secret stash during the Korean War. The soldiers even teach each other songs and show photos of their siblings.

Despite the temporary bonding, the movie characters eventually have to confront the cold reality, whether it is being forced into an armed standoff with a lover or a shootout against a friend. The lack of a happy ending in such films might illustrate the widespread perception of South Koreans: North Koreans are humans, not wolves, but it’s too early to call them friends.

By Yoon Min-sik
(minsikyoon@heral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