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Herald

피터빈트

이재현 회장 실형에 CJ 법무·홍보라인 '가시방석'

By KH디지털2

Published : Dec. 18, 2015 - 09:20

    • Link copied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죠 뭐…"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 회장이 15일 파기환송심에서 예상과 달리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자 CJ그룹 임직원들도 우울한 연말을 맞고 있다.

특히 가장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들은 홍보·대관·법무 관련 업무 라인이다.

2013년 이 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이후 외부 또는 그룹 계열사로부터 인력을 대대적으로 영입·충원해 규모를 두배 이상 불렸지만, 결과적으로 지상 목표인 '이재현 회장 실형 막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아직 '재상고'의 희망이 남아있다지만,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해당 라인에 대해서는 '문책성 경질'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재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법무TF '작은로펌'이라더니…최악의 결과

이재현 회장의 변호는 법무법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 등을 포함한 변호인단이 맡아왔지만, CJ그룹도 2년 6개월전부터 대대적으로 내부 법무 조직을 강화하고 전폭적 지원에 나섰다.

2013년 6월 전략지원팀 산하 법무 업무조직을 '법무실'로 격상시켜 확대 개편하고 초대 법무실장에 서울·대전지검 검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출신 인사를 앉혔다.

같은 해 10월에는 아예 법무실 아래 이 회장 건을 전담 지원하는 태스크포스(TF)팀까지 신설했다.

현재 이 법무팀 소속 인원은 5~6명 정도이지만, 이 회장 비리 수사 개시 이후 법무팀 외에도 여러 조직에 걸쳐 변호사 등 법무 인력이 대거 충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CJ가 최근 2~3년 사이 영입한 변호사들만 모아도 로펌 하나는 차릴 것"라는 말이 돌 정도이다.

(Yonhap) (Yonhap)

하지만 이 같은 지원에도 불구, 결국 이 회장은 '집행유예' 기대와는 달리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0년대 들어 재벌 총수 비리 재판만 따져보면, SK그룹 최태원 회장에 이어 두 번째 실형 선고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등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 회장의 변호인단과 CJ그룹 법무 조직 입장에서는 '충격적 패배'이자 '최악의 결과'인 셈이다.

◇ 홍보에서도 여론조성 실패

'좌불안석'이기는 홍보실도 마찬가지이다.

CJ그룹 홍보실 역시 법무실과 마찬가지로 지난 2013년 6월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빠르게 전개되자 대책 차원에서 전략지원팀에서 분리, 신설된 조직이다.

CJ그룹 홍보실에는 기자 출신의 부사장과 상무가 배치됐다. 계열사 홍보팀 인력도 불러들여 그룹 홍보실 인력을 50~60% 크게 늘렸다.

하지만 커진 홍보 조직에 비해, 이 회장 재판과 관련한 설득력 있는 논리를 대중에게 전달하고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는데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는 게 재계와 언론계의 대체적 평가다.

비슷한 처지를 겪었던 SK나 한화그룹 등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전방위적인 여론 설득에 나섰던 데 비해, CJ그룹은 홍보에 절박성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CJ 홍보실은 이 회장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끊임없이 '이 회장의 위중한 병세'와 '이 회장 공백에 따른 경영 위기론'을 강조해왔다.

이 회장에 대한 '구속집행정지' 당위성을 물으면 "신장이식 후 거부 반응이 심해 가족 면회조차 금지된 적도 있고, 면역억제 요법 때문에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각종 바이러스에 반복적으로 감염되고 간독성도 심각하다"며 위험한 건강 상태를 알리는데 주력했다.

심지어 그룹 총수에 대해 "정신적으로도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며 수감이 가능한 정상인과 구분 짓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1심, 2심, 상고심, 파기환송심 등 재판이 다가올 때마다 "이 회장의 장기 공백으로 그룹의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중요한 인수·합병(M&A)도 잇따라 실패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CJ 홍보실이 '이 회장 지키기'에 동원한 이 두 가지 핵심 근거는 사실상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이다.

"신체와 정신이 모두 매우 쇠약하고 불안정하지만, 이 회장이 꼭 CJ 그룹 경영을 맡아 중요한 경영 결정을 해줘야한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학계 교수와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이 같은 점에서 "그렇게 병세가 심각하다면 어차피 경영 복귀는 불가능한 일이니, 이재현 회장 이후 경영 체계를 준비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의 실형 선고로 잠정 연기된 CJ그룹의 임원 인사가 조만간 단행되면 법무·홍보 임원 일부는 자리를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관 업무를 맡은 전략지원팀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인력 등을 그렇게 전폭적으로 지원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면, 일반적으로는 내부에서 책임론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아직 재상고심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당장 이번 인사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