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 여성에 축구 직접관람 첫 허용…검찰 "죄악 엄단"
선수 가족·여성팬 등 200여명 경기장 입장…1981년 이후 처음
By YonhapPublished : Oct. 18, 2018 - 09:09
오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볼리비아 축구 대표팀의 평가전에 여성 관중의 입장이 허용됐다.
이란에서 여성이 축구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관람한 것은 1981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신정일치의 종교 국가가 되면서 여성의 대외 활동이 제한되고 공공장소에서 남녀의 구분이 엄격해졌다.
올해 6월 러시아 월드컵 대회가 열렸을 때 아자디 스타디움에 여성 축구팬의 입장이 논란 끝에 처음으로 허용됐으나, 실제 경기가 아니라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방송을 보며 단체 응원하는 행사였다.
이날 현지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여성 200여 명은 남성 관중과 분리된 구역에서 이 축구경기를 관람했다.
이들은 대부분 축구 대표팀의 가족, 여성 취재진, 이란 여성 축구·풋살 대표팀, 이란축구협회 여성 직원이었으나 일부는 경기 시작 전 아자디 스타디움 출입구 근처에 모인 여성 축구팬들로 알려졌다.
이날 여성 입장 허용은 사전에 공지되지는 않았다.
이란 네티즌들은 SNS에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 국기를 흔들며 마음껏 응원하는 여성 축구팬의 사진과 동영상을 게시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여성의 축구 경기장 입장 허용을 주장하는 이란의 온라인 여성단체 '오픈스타디움'은 트위터를 통해 "드디어 그 일이 일어났다. 선택된 몇몇 이란 여성이 아자디 스타디움에 들어가 공식 경기를 사상 처음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여성의 정당한 소망을 이루는 길로 향하는 매우 중요한 진전이다"라며 환영했다.
이란 축구국가대표 선수인 마수드 쇼자에이는 17일 인스타그램에 "지난 밤 우리의 여성팬들이 경기장에 입장하는 달콤한 일이 일어났다. 그들은 안전하고 평화롭게 축구경기를 관람했다"고 축하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도 공식 트위터에 사진과 함께 '거의 40년만에 아자디 스타디움에 이란 여성들이 처음 입장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이란 검찰총장은 17일 "공공장소인 경기장에서 여성이 유니폼만 입은 반라(半裸)의 남성을 보는 행위는 이슬람 사회에서 죄악이다"라며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경기장 관리 책임자는 법적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정치, 종교적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여성의 축구 경기장 입장을 금지했다가 올해 1월부터 허용했다.
이란에서 여성을 축구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가운데서도 경기에 흥분한 남성 관중이 여성에게 욕설, 성희롱·성추행, 폭행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가장 일반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