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발표 한 신년사의 핵심 내용은 우리 차기정부에 대해 일단 관계개선 가능성의 문을 열어 놨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김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조국통일은 더는 미룰 수 없는 민족 최대의 과제"라며 "나라의 분열을 종식시키고 통일을 이룩하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는 북남 사이의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표현은 지난해 신년공동사설과 비교하면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북한은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조문태도 등을 도마 위에 올리고 "남조 선 역적패당의 반인륜적•반민족적 행위"라고 격하게 비난하며 "남측은 친미사대와 동족대결, 북침전쟁책동을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남조선의 반통일세력은 민족화해와 단합, 통일의 길로 나오라"는 김 제1위원장 의 또다른 대남관계 발언 역시 최근까지의 대남비난 수위와 비교하면 두 발짝 정도는 물러선 표현이다.
북한은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악화한 후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대표적 인 `반통일 세력'으로 거론하며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해왔기 때문이다.
`대화'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기대되는 이런 대남 메시지는 대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온 북한의 대남 기조와 맞닿아있다는 분석이 지 배적이다.
북한은 대선 후 우리 정부가 국방백서에 북방한계선(NLL)을 해상경계선으로 공식화한 것 등을 비난하면서도 차기 정부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이어받아서는 안 된다며 박 당선인에 기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기조는 전반적으로 볼 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첫해의 신년공동사설과 대동소이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2008년 신년공동사설에서 남한의 새 정부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며 남북 정상회담을 철저히 이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신년사에서도 역시 "북남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것은 북남관계를 전진시키고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근본 전제"라고 못박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2008년 북한군에 의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등으로 남북 관계가 급격히 경색되자 이듬해 신년공동사설부터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기조로 급선회했다.
따라서 집권 2년째를 맞이한 김정은 체제의 대남정책은 차기 정부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며 당분간 관망하면서도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서의 합의사항 이행을 강하게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대결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보이는데 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 그에 대한 결과(차기정부 태도)에 따 라 개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고,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단 지켜보다가 정책전환을 하지 않으면 압력 투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핵 문제나 북미관계에 대한 내용은 이번 신년사에 담기지 않았다.
이는 4년 전인 2009년 오바마 행정부가 처음 출범했을 당시 `비핵화' 등을 언급 하며 적극적으로 유화적 행보를 보인 것과 대조되는 행보로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북한 역시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침략자들이 감히 신성한 우리 조국강토에 선불질을 한다면 무자비하게 격멸소탕하고 조국통일대전의 승리를 이룩하도록 해야한다"며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압박 움직임을 우회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신년사에서는 `민생경제'가 유난히 강조됐다. 2012년을 결산한 내용을 제외하면 경제가 가장 먼저 언급됐고 `경제강국' 또는 `경제강국 건설'이라는 표현이 7번 등장했다.
김 제1위원장은 "경제강국건설은 오늘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 위업수행에서 전면에 나서는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고 강조하며 경제지도와 관리방식을 "현실발전 요구에 맞게" 개선해야한다고 역설했다.
또 "경제건설의 성과는 인민생활에서 나타나야 한다"며 `인민생활'이라는 표현을 연이어 사용했다. 경제부문에서의 생산력 제고와 석탄•금속공업 혁신도 크게 강 조됐다.
북한이 `강성대국 원년'인 지난해 `민생경제'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고 자평 하면서도 올해 역시 경제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것은 극심한 식량난 등이 김정은 체제의 안정에서 여전히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제1위원장은 특히 `우리식 사회주의경제제도 고수'를 전제하면서도 "경제관 리방법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완성해나가며 여러 단위에서 창조된 좋은 경험들을 널리 일반화해야한다"며 새로운 경제개선책 도입 가능성도 시사했다.
북한은 지난해 이른바 `6•28방침'을 통해 협동농장, 기업소 등에서 자율성을 확대하는 조치를 시범적으로 시행한 사실이 어느 정도 확인된 만큼 올해 이를 더욱 확대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제관리 방법 개선은 지난해 `6• 28조치'를 시범적으로 한 것을 올해 전면 시행할 것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경제관리 방법만 이야기한 것은 올해에는 경제개방보다는 경제개혁 쪽 에 주력할 것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N.K. leader channels granddad in first New Year’s speech
The shadow of his grandfather loomed large when North Korean leader Kim Jong-un gave a much-trumpeted New Year’s speech on Tuesday, calling for economic growth and the defusing of tensions with the South.
It was the first verbal New Year’s address made by a North Korean leader in 19 years. Kim made his maiden live speech on April 15 when Pyongyang held a massive celebration for the 100th anniversary of the birth of national founder and his grandfather Kim Il-sung.
The late Kim delivered his own televised remarks during his 1946-94 rule, while his reclusive successor Kim Jong-il had distributed editorials via state media until he died last year.
The young Kim stressed a robust economy underpinned by agriculture and light industries as the foundation for “the most important task of building a powerful, prosperous socialist nation.”
With the success of the Dec. 13 rocket launch being the underlying spirit, he urged “definitive measures” to “drive innovation in the coal and metal sectors and revitalize the overall economy.”
The Swiss-educated, 20-something leader also reiterated his predecessors’ resolve to reunify with the South.
“A unification of the motherland is the most urgent assignment for the people that can no longer be delayed and is the great leaders’ lifelong wish and precept,” Kim said.
He called for action to resolve the North-South standoff and following through on previous bilateral commitments on denuclearization, such as those made on June 15, 2000 and Oct. 4, 2007.
Though embracing no fresh vision, the novice leader appears to be seeking to carry on his grandfather’s legacy by mimicking his gestures and appearance to invoke North Koreans’ nostalgia for the relatively well-off era of the late autocrat.
Since taking power a year ago, he has also been trying to drum up support for the regime by loosening the military’s iron grip and exposing the ruling family to the public, thus projecting an image of a leader with a common-touch who cares for his people.
By Shin Hyon-hee
(heesh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