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의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의 '차벽'을 뚫으려고 격렬한 시위 양상을 보이면서 도심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이날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4시 30분께부터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했으나 세종로 사거리에서 경찰이 설치한 차벽에 행진이 막히자 일부 흥분한 참가자들이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부 시위대는 길가에 놓인 공사용 구조물을 해체해 얻은 쇠파이프로 차벽으로 이용된 경찰 버스의 창문을 때려 부수고 준비한 밧줄을 바퀴와 창틀 등에 묶어 차량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끌어낸 버스가 4대가량 됐다. 시위대는 경찰이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차벽 트럭을 흔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바닥에 있는 보도블록을 빼내 경찰 버스와 경찰관들을 향해 던지는 아찔한 모습도 보였다.
실제로 이 때문에 한 언론사 기자가 돌에 얼굴을 맞아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시위가 막바지에 달한 오후 9시 40분께에는 약 40∼50명이 횃불을 들고 경찰 차벽 앞에 줄지어 서는 장면도 연출됐다.
최근 열린 집회·시위에서 횃불이 등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해 노동절 집회에서 민주노총 광주본부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횃불을 든 사례가 있을 뿐이다.
다행히 횃불을 든 시위대는 별다른 충돌이나 사고 없이 약 30분 만에 자진 해산했지만, 땅에 떨어져 있던 횃불을 한 시위 참가자가 집어들고 경찰을 향해 던지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광화문 광장 집회신고를 불허했다. 경찰은 경찰버스 700여대와 차벽트럭 20대, 살수차 등의 장비를 동원해 광화문 광장 일대를 원천 봉쇄했다.
이런 과격한 시위에 경찰도 초강경 대응으로 맞서 과잉진압 논란을 불렀다.
경찰버스에 밧줄을 매 끌어당기는 시위대를 향행 캡사이신을 섞은 물대포를 곡사가 아니라 직사로 살포하는 경우도 많았다. 권총 형태의 캡사이신 살수총 역시 사람을 향해 직접 분사하는 등 위험천만한 모습을 드러냈다.
대통령령인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가스차나 살수차 등으로 최루탄을 발사하는 경우 15도 이상의 발사각을 유지해야 하고, 물대포를 발사할 때도 사람을 향해 직접 쏘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격렬한 대치로 곳곳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날 오후 7시께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는 전남 보성농민회 소속으로 상경해 버스를 밧줄로 끌어당기던 백모(69)씨가 약 5m 거리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직격으로 맞아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경찰은 당시 백씨가 쓰러지고 나서도 수 초 이상 백씨를 겨냥해 계속 물대포를 발사했으며, 이 때문에 근처에 있던 다른 시위대가 몸으로 물을 막으며 백씨를 끌어내 구급차에 태웠다.
백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 등 치료를 받고 있지만 오후 11시30분 현재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민주노총은 이번 '민중총궐기대회 참가지침'에서 "당일 대회는 전체적으로 평화적 대회 기조로 진행함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참가자들의 폭력적인 양상 때문에 '민중총궐기' 대회의 주장이 잘 알려지지도 않고 묻혔다. 대신 광화문 세종로 사거리 일대는 이날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공권력에 대항하는 폭력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