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여성주의 교지, 강의실 속 '문제 발언' 대자보로 제작·게시
"학생이 수업시간에 하품하다니, 무례하네. 그것도 여학생이" "여자들은 똑똑해질수록 눈이 너무 높아져 배우자 풀(pool)이 좁아지잖아"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교 강의실에서도 여성·여학생을 차별하거나 성희롱하는 발언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여성주의 교지 '석순' 편집위원회는 올해 학기 초를 맞아 약 1주일간 인터넷으로 '고려대 강의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여성 혐오적 말'을 제보받아 '문제적 발언'을 대자보로 만들어 교내 곳곳에 게시했다고 8일 밝혔다.
대자보에는 여성이 외모에만 치중한다고 비하하는 발언, 여성은 외모가 예쁘고 다소곳해야 한다거나 여성은 남성과 달리 담배를 피우거나 욕설을 해서는 안 된다는 차별성 발언 등 18개가 실렸다.
한 교수는 여성 교수를 지칭하면서 "그 여자는 성격이 왜 그렇지? 남편 직업이 그 분야라 닮는 건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이 대학이 2007년부터 도입한 생리공결제를 언급하고서 "여학생들 유고 결석 있죠? 너무 자주 쓰시는 것 같은데, 악용하지 마세요. 딱 학기에 한 번만 허용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고려대 교원윤리규정은 교원이 성별 등을 이유로 다른 교원이나 학생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교원·학생에게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해서는 안될뿐 아니라 이를 묵인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이번 대자보를 기획한 이소민 편집위원은 "강의실에서 교수의 여성 혐오적 발언을 듣고 당황하거나 불쾌했던 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편집위원 회의에서 나와 이 문제를 학교 전체적으로 공유하고자 기획했다"며 "기간이 짧았는데도 제보가 40여건 이상 들어왔고, 그 수준도 심각했다"고 전했다.
이 위원은 이번 대자보로 학내 구성원들이 서로 경험과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노정민 고려대 양성평등센터 전문상담원은 "성별에 근거한 차별 발언을 지적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무엇 때문에 그 발언들이 지적되는지 그 이유를 꾸준하게 공유해야 상황이 바뀔 것"이라며 "기성세대도 자신의 인식과 학생이 공유하는 가치관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상담원은 지난해 고려대 규정이 바뀌어 성희롱과 성폭력뿐 아니라 성별을 기준으로 차별하는 등 성 인권 침해 언행을 전반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흔하게 해온 성차별 발언도 반복되거나 문제가 심각하면 경고나 처벌 등 조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