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희귀 뇌종양에 걸려 죽어가는 6살의 호주 어린이. 이 아이를 두고 고통만 줄 뿐이니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는 부모와 생존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계속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의료진 사이의 법적 공방까지 가는 갈등…
호주 법원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양측의 공방에 대해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고호주 언론이 2일 보도했다. 법원은 아이에게 최선의 이익을 고려, 고통스러운 방사선 치료나 항암치료를 더는 받게 하지 말자는 부모 쪽 손을 들어주었다고 언론은 전했다.
가정법원의 리처드 오브라이언 판사는 1일 부모가 아이의 최선의 이익에 대해 분명한 생각을 갖고 있고 사실 누구보다도 아이를 잘 안다며 이번 결정에 아이와 부모 간 관계가 깊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오브라이언 판사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부모만이 줄 수 있는 유대관계나 지원, 사랑이 아이와 그의 삶의 질에 가장 중요하다"며 치료를 둘러싼 갈등이 오래갈수록 아이에게 쏟을 부모의 사랑과 지원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판사는 그러나 이번 판결이 다른 결정에도 적용되는 선례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모의 권리나 의료인의 권한에 관한 것도 아니고, 삶의 질이 삶의 지속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라며 오로지 아이의 이익을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에 따르면 호주 서부에 사는 6살의 어린이 오신 키스코는 지난해 12월 악성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이후 키스코의 부모는 일부 항암요법에 동의했을 뿐 의사들이 권고하는 치료에 반대했다. 항구적인 지적 장애 등 심각한 부작용이나 재발의 위험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특히 아이 엄마 앤젤라는 아들의 고통뿐만 아니라 암으로 세상을 떠난 자신의 엄마나 시어머니의 투병과정을 지켜봤다며 아들이 진통제 등 임시 처방만을 받고 평화롭게 세상을 떠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집했다.
의료진의 생각은 달랐다. 방사선 치료나 화학요법 등 치료만 잘하면 생존 가능성이 있다며 부모를 설득했다.
의료진은 아이 부모가 뜻을 굽히지 않자 가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3월 승소해 제한적이나마 화학요법을 할 수 있었다.
의료진은 최근 추가 처방을 위해 다시 소송을 냈다. 생각대로 처치를 못 하고 치료가 지연되면서 아이의 생존 가능성도 30~40%로 떨어졌다는 이유였지만, 법원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오브라이언 판사는 이번 판결이 의료진의 진실성과 치료 의지를 깎아내리는 게 아니라며 의료진은 매우 부당한 비판에 맞서 신념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호주의학협회(AMA) 서호주주 회장인 앤드루 밀러는 "의사들은 아픈 아이들 부모가 치료에 동의하지 않으면 법에 호소할 의무가 있다"며 치료 과정에 최선의 결정이 나도록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에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