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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도 '고통받는 어린 신부' 많아…미성년 결혼의 그늘

By 김소연

Published : May 7, 2017 -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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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16만여명…성인 남성과 결혼해 억압적 삶 살아 

(사진=CBS방송 캡처) (사진=CBS방송 캡처)
지참금을 받고 어린 딸을 부잣집에  팔아넘기는 저개발국 얘기가 아니다.

중국의 오랜 인습인 신붓값(bride price) '차이리(彩禮)'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

현대적 결혼 문화가 일반화한 미국에서도 18세 미만의 어린 신부가 성인 남성과 강압에 못이겨 결혼한 뒤 가정 폭력과 학대 등으로 고통받는 삶을 사는 경우가 꽤 많이 있다고 미국의 한 인권단체가 폭로했다.

미 CBS방송은 6일(현지시간) '미국내 아동 결혼의 추악한 현실'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인권단체 '언체인드 앳 라스트(Unchained at Last)'의 제보를 받아 이런  실태를 고발했다.

이 단체 자료에 따르면 2000∼2010년 미 전역에서 18세 미만의 아동·청소년 16 만7천여 명이 결혼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은 미성년 여성과 성인 남성간 결혼이다.

이 단체는 38개 주에서만 자료를 받았기 때문에 '보수적 집계'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성년 조혼이 훨씬 더 많다는 뜻이다.

미성년 결혼은 주로 보수 성향이 강한 미 남부 지방에서 성행한다.

퓨(Pew) 리서치 센터는 웨스트버지니아, 텍사스, 오클라호마, 아칸소, 테네시, 노스캐롤라이나, 네바다, 캘리포니아 등지에 미성년 결혼이 많다고 전했다.

언체인드 앳 라스트 창설자 겸 사무국장 프레이디 레이스는 "미국 사람들은  결혼을 그저 아름답고 로맨틱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18세 미만의 결혼은 때로는 추악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최근 폭력에 의해 강요된 결혼 생활에서 탈출한 미성년 여성의 자립을 돕고 있다.

이들 중에는 한참 연상인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미성년자라는 점 때문에 이혼 소송을 내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자신도 엄격한 유대교 전통에 따라 10대에 결혼했다가 15년 만에 강요된 결혼 생활을 청산했다는 레이스는 미성년 신부들을 위해 무료 법률상담을 해주고 재산분할 청구와 양육권 분쟁 해결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의 인권감시 보고서에는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미성년 결혼을 뿌리 뽑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미국 내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미국 내 27개 주만이 미성년 결혼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아동 결혼을 제한하는 입법을 캘리포니아,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텍사스, 미주리 주 등지에서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