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유럽·북미지역 및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지난달 22일 유럽으로 출국한지 17일만이다.
이 부회장의 귀국은 마침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가 이뤄진 다음날이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와 비판 여론 등으로 이 부회장의 해외 일정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법원은 6일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이른바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며 상당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수첩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2014년∼2016년 동안 박 전 대통령이 그에게 내린 지시 등을 받아적은 내용이다.
지시 중에는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와 독대 자리에서 나눈 대화 등을 추정케 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박 전 대통령 1심의 수첩 증거능력 판단이 이 부회장의 상고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지 약 1년이 지난 2월 5일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이 부회장 사건의 경우 2심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에 적힌 내용이 곧바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내밀한 독대에서 나눈 얘기까지 직접 증명하는 자료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석방 이후 이 부회장은 45일 간의 잠행을 끝내고 삼성그룹 창립 80주년 기념일인 지난달 22일 유럽으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스웨덴,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을 방문해 2~3일씩 체류하면서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사업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부회장이 유럽에 체류한 기간으로 알려진 지난달 28일 삼성전자와 프랑스 정부는 파리에 AI 센터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손영권 CSO(최고전략책임자) 사장이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이후 이 부회장은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 2일 토론토 소재 한국계 셰프 아키라 백(한국명 백승욱)의 식당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일 오후에는 한국 교민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토론토 리치트리 마켓에서 이 부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 그의 행적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이 부회장이 캐나다로 향한 이유 역시 AI 사업 확장을 위한 행보로 해석됐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해 8월 캐나다 몬트리올 지역에 AI연구소를 설립해 현지 박사들과 음성인식, 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AI 핵심 기술을 공동개발 중이다.
이 부회장은 귀국 후에도 공개 일정을 잡지 않은 채 비공개 해외 출장이나 외국 인사 면담 등의 일정을 많이 잡을 것으로 알려진다.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 보다 자율주행·바이오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경영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진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송수현 코리아헤럴드 기자 (s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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