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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10대 팬심 울리는 금융사기 기승

By Choi Jae-hee

Published : April 27, 2020 -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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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이돌 팬인 척 SNS로 접근, 입금후 잠적
미성년자 법적 구제 어렵다는 점이 범죄의 표적
지난해 초중교 금융교육 9시간에 그쳐…교육 부재로 미성년 금융범죄 노출 위험 높아 

방탄소년단(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님, 제가 지금 굿즈를 급하게 사야하는데 ... 내일 월급이 확실하게 들어오는데 혹시 대리입금 가능하실까요?”

배모(19) 양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방탄소년단 아미 (팬클럽 명) 회원으로부터 다급한 메시지를 받았다. 방탄소년단 앨범과 사진을 대신 구입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같은 팬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배모 양은 그가 보내온 계좌번호로 10만 원을 입금했다. 그의 부탁은 계속됐고 100만 원 가까이 빌려줬지만, 그 후 배모 양과의 연락을 끊었다. 평범한 아미였던 배 모양은 하루 아침에 금융사기 피해자 신세가 됐다.

최근 방탄소년단 등 대형 아이돌 팬클럽 회원을 사칭해 벌이는 SNS 금융사기가 늘고 있다. 20~30대의 사기범이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미성년 팬들의 계정에 접근해 트윗 혹은 메시지로 소액을 여러 번 빌린 뒤 돈을 갚지 않는 식이다.
방탄소년단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의 10대 팬들이 트위터와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팬을 사칭한 사기범들로부터 현금대출 요구를 받고 있다.(코리아헤럴드) 방탄소년단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의 10대 팬들이 트위터와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팬을 사칭한 사기범들로부터 현금대출 요구를 받고 있다.(코리아헤럴드)

배모 양은 “알고 보니 20대였지만 처음에 같은 팬이라고 해서 솔직히 믿었고 조금씩 입금하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100만원이 훌쩍 넘었다”며 “돈을 갚긴 커녕 전화나 메시지도 아예 보지 않으니 연락할 방도가 없다”고 전했다. 사기범들은 방탄소년단 멤버의 사진을 SNS 계정 프로필에 지정해놓고 이름까지 밝힌다. 청소년 팬들은 “한 번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사기 유혹에 넘어간다.

피해 사례가 속출하면서 피해자들이 대응책을 논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생겨났다.

청소년 상담 일을 하는 20대 정모 씨 (여)는 지난 3월 트위터에서 피해자를 위한 모임 계정을 만들어 미성년 피해자들로부터 제보를 받고 있다. 현재 이 곳에는 부모님한테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한 30명의 10대 팬들이 소통하고 있다.

정씨는 “청소년 관련 일을 하기도 하고 친척 동생이 같은 사기를 당해 커뮤니티를 만들어 운영하게 됐다”며 “현재 커뮤니티에 모인 피해자 30명 중 70 퍼센트가 미성년자며 피해금액은 총 1,300만원이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여파로 돈이 궁핍하다는 핑계를 대고 대리입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는데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씨는 피해사실을 부산 소재 경찰서에 접수했고, 이 사건은 최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10대 팬들이 쉽게 소액금융사기의 표적이 되는 이유는 청소년들이 경찰 신고는 물론 피해 구제를 위한 소송 절차에 쉽게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임판준 사이버수사팀장은 “미성년자들은 법정대리인 없인 피해 구제를 위한 민사 소송에 나설 수 없다”며 “부모님과 함께 피해 구제에 해당하는 대여금 반환 소송에 들어간다해도 오래 걸릴뿐더러 소액 사기의 경우에도 소송 비용이 피해 금액과 맞먹는 100만 원 이상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미성년자를 겨냥한 온라인 금융 사기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SNS 불법금융 광고 건수는 12,000건에 달하며 전년 대비 9배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SNS에서 19살 미만 청소년들에게 아이돌 굿즈를 대신 구매해주겠다며 10만 원 이하의 소액 대출을 권한 뒤 높은 이자를 붙여 갚게 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며 “학부모들과 교사분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고 전했다.

한편 교내 금융교육의 부재로 청소년들이 금융범죄의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한국갤럽을 통해 진행한 ‘금융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에서 금융 관련 주제를 가르치는 시간은 평균 8.9시간에 그쳤다. 정규 교육과정에 편입되지 않은 채 해당 금융 학습은 사회탐구와 같은 다른 과목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한편 대다수의 선진국에선 초∙중∙고 내 금융교육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미국과 캐나다는 2014년 이후 초등학교부터 금융교육 의무화를 실천하고 있다. 청소년 대상 금융범죄로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을 아끼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본적인 금융 지식이 부족한 가운데 금융 사기 등 관련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범죄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도록 하는 다양한 금융 교육이 교내에서 활발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헤럴드 최재희기자 (c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