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 건축전시를 보는건 흔치 않은 일이다. 이는 아마도 건축은 예술이라는 주제보다는 기술에 더 가까운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국립현대미술관과 학고재 갤러리에서 건축전시를 열어 주목을 받고 있다.
두 곳에서는 아티스트로 활동한 경험을 갖고 있는 건축가들의 독특한 건축세계를 조망하고 있다.
먼저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2년전에 작고한 정기용 건축가의 건축과 삶의 모습을 조망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정기용 건축가가 작고 직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약 2만점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1년간 연구하여 구축된 정기용 아카이브 2천여점이 선별 공개된다.
이번 아카이브 전시에서는 그의 방대한 건축 작품을 생의 여정에서 만나는 공간과 장소에 대한 이야기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생전 당시 “건축가는 해결사가 아니다, 사람들의 삶을 보살피고 조직해주는 것이 건축가이다” 라고 한 정기용 건축가의 건축관이 방대한 스케치와 일기에서 전해져 온다.
그의 스케치는 밋밋한 건축 스케치에 그치지 않고 주변 자연과 환경까지 아우르는 스케치로 응용미술을 먼저 전공한 정기용의 예술가적인 면모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평범한 우리의 땅, 사람들의 반복되는 삶에 초점을 맞추었던 그의 작업은 건축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가치를 환기시킨다. 고 정기용은 자신의 건축물이 우리의 땅, 우리 민족이 가진 소박한 아름다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원했으며, 이는 화려함과 웅장함을 지향하는 많은 현대 건축물들이 간과하기 쉬운 관점이다.
정기용의 건축 아카이브전은 9월 2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5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전시기간 동안 정기용의 건축과 삶을 다루는 교육 및 문화행사가 진행된다. 3월 9일에는 정기용의 건축 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가”를 미술관 대강당에서 상영하며, 정재은 감독과도 대화시간도 마련된다. 4월 중에는 미술, 건축, 인문사회 등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정기용의 건축 문화를 살펴보는 대담회를 개최한다. 5월 중에는 미술관 컬렉션 상설강좌의 일환으로 “정기용 건축과 일상”을 주제로 한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전화문의: 02-2188-6000.
또 다른 건축 전시는 건축가, 디자이너, 아트디렉터로서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백선의 개인전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김백선은 정규 건축 교육을 받지 않고서도 한국에서 가장 한국적인 공간을 디자인하는 건축가로 알려져있다. 이번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에서는 김백선이 그간 진행해온 영상, 사진, 설치작품 및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의 이력이 돋보이는 수목화를 선보인다.
김백선은 어렸을 적 집안에 있던 동양화 그림이 그려져 있던 달력을 보고 동양화를 그리게 됐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수묵화, 사군자, 산수화를 계속 그렸습니다. 그렇게 동양화를 통해 사물을 인식하게 되니 자연히 다른 작업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겠지요.”
그가 설계한 건물들로는 한남동 UN 빌리지, 청담동 T-LOUND 바, 덴마크 주재 한국 대사관 등이 있고, 최근 페럼타워 인테리어 설계를 맡아서 했다. 그는 또한 예술과 건축 사이에 있는 설치작업도 여러 개 했는데 2010년 경복궁에서 설치작이 대표적이다.
그는 좋은 건축가, 좋은 디자이너의 조건으로 이렇게 말한다.
“건축, 아트 등은 사회에서 정해놓은 영역입니다. 저는 우리 삶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건축에 담아내고 싶어요. 일상을 담아내는 작업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건축이든 디자인이든 작업을 할 때 마다 그때그때의 만남에 진솔하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김백선 개인전은 3월 17일까지 학고재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전화 문의: 02-720-1524.
(코리아헤럴드 이우영 기자 )
<관련 영문 기사>
Galleries show work of ‘uncommon’ architects
Two exhibitions focus on the late architect Chung Gu-yon and multi-talented architect/artist Kim Paik-sun
With architecture more commonly associated with engineering than art, exhibitions devoted to architects are still rare.
But two exhibitions in Seoul focus on architects whose background as artists gave them a unique approach.
The exhibition at the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Korea sheds light on the life of Chung Gu-yon, who died of cancer in 2011.
The first public exhibition of the archives of Chung since his death features about 2,000 items including his sketches, journals and books that inspired him.
Most of the items on display consist of Chung’s sketches that capture the essence of the ideals of his architecture and 29 years of practice that strived to meet them.
The sketches show Chung’s endeavor as “a designer, not as a problem-solver, but someone who looks into people’s lives and organizes their lives” as he said in the recent documentary film on him, “Talking Architect.”
His drawings are not merely about building designs, but also the surrounding land and nature that modern architects often overlook.
When most Koreans during the 1980s and 90s viewed houses as a means for investment, Chung reminded them of the original meaning of living in his designs -- including one for a rural community center, schools, funeral homes and children’s libraries.
Chung who majored in craft and fine art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before he studying architecture in Paris also made his drawings works of art.
A 47-year-old artist and art director, Kim Paik-sun is also a successful architect whose background is in Oriental painting. Without a formal education in architecture, Kim established a reputation as an architect who creates Korean architectural landscapes.
The multi-talented architect has put together his diverse practices in architecture, photography and ink-and-wash paintings at his solo exhibition at Hakgojae Gallery.
Despite the different media, the underlying concept is in the simple yet sophisticated Korean ink-and-wash painting.
Kim started painting when he was intrigued by an ink-and-wash painting printed on a calendar at home, and received an art award when he was in high school. He went on to study painting at the Oriental painting department of Hongik University.
“My design is based on the way I viewed the world through Korean paintings. I continued painting ink-and-wash paintings, four plants (orchid, bamboo, chrysanthemum, and plum blossom) and landscape. That’s how I developed my way of seeing things,” said Kim at a recent press meeting at Hakgojae gallery.
In his 15 years as an architect, Kim has designed several notable buildings in Seoul, such as the U.N. Village in Hannam-dong, a trendy bar in Cheongdam-dong called T-LOUND and the Korean Embassy in Denmark. He also did interior designs for the Ferrum Tower.
He made installations that cross the boundary of art and architecture, including a wooden installation space that recreates the traditional Korean culinary culture in Gyeongbokgung Palace in 2010.
Asked what qualities make him a good architect and designer, he said: “I am not bound by any fields. Architecture, art and design are fields that are defined by society. What I keep in mind is how sincere I feel toward the work I do at the time,” Kim said.
“I want my architecture to have passion and care for life. It’s homes and buildings that most people spend large portion of their life in, in the end,” Kim said.
The exhibition “Figurative Journal: Chung Guyon Archive” continues through Sept. 22 at the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Korea in Gwacheon. For more information, call (02) 2188-6000.
The Kim Paik-sun exhibition continues through March 17 at Hakgojae Gallery in Jongno, Seoul. For more information, call (02) 720-1524.
By Lee Woo-young
(wy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