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TV 스타는 아니지만 요즘 특급 예능감을 발휘하는 이들이 있다.
그동안 프로그램 패널과 게스트로 등장해 재미를 북돋았던 이들은 어느새 예능가 중심에 섰다.
데뷔 17년 만에 '슈퍼파워'를 과시하는 개그맨 김영철과 지난 13년간 뛰어난 가창력 뒤에 예능감을 감췄던 가수 강균성, 새로운 예능인의 상을 보여주는 유병재가 바로 이들이다.
각종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돌풍을 일으키더니 광고까지 촬영한 이들 셋의 매력은 무엇일까.
◇ 비호감 딱지 뗀 '슈퍼파월' 김영철
"솔직히 이제 비호감 딱지를 떼지 않았나 싶어요."
지난달 말 KBS의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개그맨 김영철의 고백이다.
김영철은 개그맨 이영자와 가수 하춘화, 배우 김희애 흉내로 이미 유명했지만, 일부 시청자들로부터는 '개인기를 우려먹는다'거나 '지나치다'는 핀잔을 받았다.
그랬던 김영철이 올해 봄에는 제대로 만개했다.
김영철의 인기는 올해 2월 특별 출연한 MBC TV '무한도전'에서 현주엽을 응원한답시고 툭 던진 한 마디에서 비롯됐다.
'힘을 내요 슈퍼 파우~얼(파월, Power)'이라는 김영철의 '느끼한' 응원은 현주엽과 정준하의 베개 싸움에 살벌해진 녹화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고 유행어가 됐다.
'힘을 내요 슈퍼파월'을 계속 외치던 김영철은 연예인들의 입대 체험 프로그램인 MBC TV '일밤-진짜 사나이'에 고정 출연하면서 호감도를 한껏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한때 비호감 원인으로 지적받았던 특유의 '오버 유전자'가 각 잡힌 군대에서는 웃음 요소로 작용한 덕분이다.
소대장의 지시에 바짝 긴장한 김영철이 "눈만 치켜떠도 웃기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어지면서 김영철은 어느덧 프로그램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
김영철은 최근 '대세'들만 찍는다는 정보통신기술(IT) 광고 촬영까지 마쳤다. 데뷔 17년 만에 처음 팬 카페가 생겼다는 점도 그의 인기를 증명한다.
◇ 엘라스틴 모델까지 꿰찬 재간꾼 강균성
남성그룹 '노을'의 강균성도 요즘 김영철 이상의 호시절을 구가하고 있다.
강균성은 올해로 데뷔 13년 차이지만 자신이 방송에서 밝힌 것처럼 "다들 음악은 좋아해도 멤버가 누구인지는 모르는" 그룹의 멤버였다.
그런 강균성이 올 2월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특별 출연하며 단숨에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강균성은 "계약 기간이 1년 남았는데 JYP에서 나가도 된다고 했다"는 고백으로 시선을 끌더니 배우 김민교의 '눈알' 연기와 마라토너 이봉주 표정 흉내,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패러디까지 소화하면서 재간꾼임을 증명했다.
강균성은 그 직후 스타 등용문인 '무한도전'의 새 멤버 찾기 프로젝트인 식스맨 후보로까지 발탁돼 진정한 예능 스타임을 증명했다.
또 유명인들이 1인 인터넷방송 진행 대결을 펼치는 MBC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도 출연해 백종원, 김구라 등과 자웅을 겨뤘고, SBS TV '썸남썸녀'와 tvN '촉촉한 오빠들'에도 고정 출연 중이다.
현란한 개인기에 기존 개그맨들에게서 보지 못한 독특한 유머 감각, 음전한 외모와는 다르게 갑자기 성격이 돌변하는 '다중이' 캐릭터에 반했다는 시청자들과 누리꾼들이 많다. "도대체 왜 이제야 떴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 주를 이룬다.
스타를 놓치는 법이 없는 광고계에서도 강균성에 대한 출연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이미 모바일 게임과 화장품, 음료 등 여러 편의 광고를 찍더니 전지현, 김태희 등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이 거쳐 간 엘라스틴 샴푸 모델로까지 발탁됐다.
◇ B급 코드 콘텐츠로 무장한 유병재
강균성과 함께 '무한도전' 식스맨 후보에 올랐던 유병재 또한 TV를 습격한 'B급 스타' 중 대표적인 인물이다.
유병재가 이름을 알린 것은 케이블채널 tvN 'SNL코리아'의 콩트 '극한직업'에서 연예인 매니저로 등장하면서부터다.
그는 애초 작가로 합류한 'SNL코리아'에서 스타의 온갖 '갑질' 때문에 비루한 삶을 사는 연예인 매니저 연기를 실감 나게 소화하면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후 지난해 12월 지상파 방송으로서는 처음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화제를 뿌리더니 '무한도전' 식스맨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 29일에는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초대되기도 했다.
유병재의 매력은 요샛말로 '병맛'이란 말로 지칭되는 'B급' 코드를 코미디로 승화한 데 있다. 콘텐츠를 직접 만들줄 아는 그의 능력이 이때 빛을 발한다.
그가 대본을 쓰고 주인공까지 맡은 tvN 청춘코미디 드라마 '초인시대'도 마찬가지다.
초능력을 갖게 된 20대 취업준비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는 스타 제작진과 배우들이 뭉쳐도 시청률 1%를 내지 못하는 작품이 여전히 많은 케이블채널 시장에서 1%를 오르내리는 평타 이상의 성적을 냈다.
그는 TV 밖에서도 영향력을 꽤 발휘하는 스타다.
'아프면 환자지, 무슨 청춘이냐' 등 요즘 세태를 꼬집는 그의 말과 글들은 '유병재 어록'으로 묶여 누리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자연히' 광고모델로도 발탁됐다. 그는 자동차 연비 절약 광고와 통신사 무선인터넷 공유기 광고 등에 출연하면서 광고 스타로 올라섰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