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미국의 요청으로 체포한 데 대해 중국 측이 보복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일(현지시간) 캐나다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의 중국·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멍 CFO 체포에 대해 중국 측이 격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의 대응으로 중국 내 캐나다인의 보복 체포 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과거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던 점을 상기하며 이번에도 동일한 패턴으로 캐나다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이 거론하는 사례는 지난 2014년 캐나다 영주권자인 중국 사업가를 미국 당국 요청으로 체포해 미국으로 인도한 과정에서 즉각 중국에서 활동하던 캐나다 선교사 부부가 간첩 혐의로 체포됐던 사건이다.
당시 중국인 사업가는 미국 군수산업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 군사 비밀을 절취 한 혐의로 미국 당국의 수사 대상이었고 미국에서 유죄를 인정, 4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보복을 당한 캐나다 선교사 케빈 개럿 부부는 북한 접경 지역인 중국 단둥(丹東)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며 30여년 간 무사히 선교 활동을 펴왔으나 중국 사업가 체포 후 한달 만에 돌연 당국에 연행됐다.
이들은 2년여간 구금 상태에서 당국의 조사를 거쳐 간첩 및 군사기밀 절취 혐의로 기소됐다가 석방됐다.
멍 CFO 체포가 바로 이 사건의 판박이로 재연될 소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주중국 캐나다 대사를 지낸 중국통 데이비드 멀로니는 "중국이 분노할 것이 틀림없다"며 "외부에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우리를 보복할 방법을 찾고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복은 '눈에는 눈' 식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전문가가 2014년 개럿 부부 체포·구금 사건을 떠올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국제거버넌스연구소의 펜 햄슨 안보국장도 "중국이 똑같은 형태의 보복으로 대응할 것 같다"며 "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칼턴 대학의 스테파니 카빈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선량한 캐나다 국민을 무고하게 인질로 삼을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며 "지금 중국에서 캐나다 기업인 활동을 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 양국 통상관계에서 경제적 피해로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당장 대중국 주요 수출품목인 바닷가재에 제재가 들어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의 압력에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한 분석가는 중국이 미국과의 통상 분쟁을 벌이면서 캐나다를 약한 고리로 삼아 대미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과 캐나다 사이를 벌리려 하겠지만 캐나다로서 베이징과 워싱턴 사이의 선택은 당연히 워싱턴"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