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소득 올리고 연금도 받는' 은퇴 공무원 5천500명 넘어
고소득 영향으로 연금 절반만 수령…'모피아' 압도적으로 많아
By YonhapPublished : Oct. 24, 2018 - 09:31
퇴직 후 억대 소득을 올려 연금의 절반만 받는 전직 공무원 중에는 기획재정부 출신이 제일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변호사 개업으로 큰돈을 버는 것으로 알려진 법원이나 법무부 출신보다 훨씬 많았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이 공무원연금공단을 통해 확보한 '연금월액 절반 정지자 현황'을 보면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공무원이 퇴직한 뒤 만 60세가 지나면 받을 수 있는 공무원 연금은 근로소득이나, 부동산임대소득 같은 사업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지급액수를 깎는다.
전년도 평균연금월액(올해 기준 월 233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이 많을수록 깎는 액수는 커지며, 최대 전체 지급액의 절반까지 감액할 수 있다.
이 절반 감액이 시작되는 소득 구간은 연소득 1억원 전후라는 것이 공무원연금공단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연금월액 절반 정지자'는 퇴직한 뒤에도 연금을 제외하고도 연간 1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이들로 간주할 수 있다.
지난해에 이러한 연금 절반 감액자는 기재부 출신(이하 소속 외청 포함)이 1천532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수치에는 국세청과 관세청 등 기재부 외청 출신도 포함됐다.
2~4위는 각각 법원(651명), 법무부(430명), 교육부(420명)였다.
법원과 법무부(검찰 포함)는 퇴직 후 고소득자의 대명사인 변호사로 개업하는 이가 많기에 은퇴 뒤 소득이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두 조직을 합해도 범(汎)기재부에는 한참 못 미쳤다.
기재부 외청인 국세청 출신 억대 소득자도 363명(세무서 제외)이나 됐다. 부처로 취급해 순위를 매긴다면 5위인 국토교통부(281명) 출신보다도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211명), 행정안전부(179명), 보건복지부(161명), 환경부(101명), 농림축산식품부(92명)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퇴직자 취업 알선으로 홍역을 치르며 '퇴직자 재취업 이력공시'까지 하기로 한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억대 연봉자는 작년 58명이었다.
기재부와 함께 '모피아'(옛 재정경제부 출신 인사)로 분류되는 금융위원회 출신 억대 연봉자는 26명이었다.
반면에 통일부(5명)와 중소벤처기업부(7명) 출신은 10명도 안 됐다.
이 밖에 작년 감사원 출신의 억대 소득 전관은 71명이었고, 국가정보원 57명, 식품의약품안전처 26명으로 집계됐다.
억대 수입을 올리는 공무원 퇴직자는 최근 증가세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연금월액 절반 정지자는 2015년 3천813명이었지만, 2016년 5천297명으로 껑충 뛰었고, 작년에는 5천524명으로 또 늘었다.
3년간 증가율이 가장 높은 부처는 보건복지부(106%), 국방부(105%)였다. 반면 중기부는 53% 감소해 유일하게 줄어든 부처로 집계됐다.
기대 수명 연장과 고령화로 퇴직 뒤에도 재취업하는 '인생2모작'은 당연한 수순인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은퇴 전보다 소득이 감소하는 것을 감내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재취업으로 억대 연봉을 누리는 전직 공무원이 많다는 점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욱 의원은 "상당수의 공무원이 퇴직 후 연봉 1억 이상을 받는 곳에 재취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일반 국민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며 "능력이 아닌 해당 부처의 정보와 인맥을 활용할 목적의 재취업이 아닌지 전면적인 조사와 더불어 재취업 규정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 부처별 공시제도 등을 통한 투명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